호랑/건강 이야기

건강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병에 걸리는 이유 – ‘헬시어레틱(Healthy-orexic)’ 사회

호랑나리 2025. 6. 10. 11: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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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1] 헬시어레틱: 건강에 집착하는 사회의 역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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‘건강해지고 싶다’는 마음이 병을 만든다

우리 모두 건강을 원한다.
정제된 설탕을 멀리하고, 가공육을 피하며, 나트륨은 줄이고, 좋은 오일을 찾는다.
매일 수분을 2리터 이상 마시고, 지방은 분리하고, 하루 만 보를 걷는다.

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,
이렇게 ‘건강에 집착하는 사람들’일수록 피로하고, 불안하고, 때로 병든다.

이 현상을 가리켜 ‘헬시어레틱(Healthy-orexic)’,
건강 중독 또는 건강 강박이라 부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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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2] 헬시어레틱은 어떻게 나타나는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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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건강식에 대한 집착

  • "가공식은 절대 안 돼", "탄수화물은 독이야", "설탕은 마약이야"
  • 어느 순간 먹는 것은 ‘기쁨’이 아니라 ‘투쟁’이 된다
  • 외식이 불안하고, 타인의 식습관이 눈에 거슬린다

2. 정량과 루틴에 대한 통제 강박

  • 10시에 자야 하고, 6시에 일어나야 하며, 공복운동은 지켜야 한다
  • 루틴이 깨지면 죄책감과 좌절이 따라온다
  • '건강을 지키는 내가 나다움’이라는 정체성까지 붙는다

3. 건강 콘텐츠 과잉 소비

  • 유튜브, 인스타그램, 뉴스, 논문, 해외 포럼까지 하루종일 건강 정보만 본다
  • 하지만 볼수록 불안이 커지고, 식단과 보충제 루틴이 계속 바뀐다
  •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마다 ‘내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 틀렸나?’라는 의심이 든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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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3] 왜 건강 강박은 ‘건강’을 해치는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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① 스트레스가 코르티솔을 높이고, 면역을 억제한다

건강 강박은 ‘불안’이다.
불안은 뇌에 스트레스를 주고,
이는 곧바로 코르티솔 분비 증가, 면역력 억제, 장내 염증 유발, 수면 질 저하로 이어진다.

결국, 신경계와 면역계가 무너지고,
체감 피로는 더 심해지며,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조차 잘 안 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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② 식단의 제한이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한다

  • 지방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 분비 저하
  • 탄수화물 공포증은 렙틴과 갑상선호르몬 기능 저하로 연결
  • 단백질 과잉은 신장 부담과 수면 질 저하
  • 공복 강박은 인슐린 민감도 회복이 아닌, 코르티솔 만성화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

즉, ‘좋다고 알려진 모든 건강법’을 동시에 하다 보면
호르몬 시스템 전체가 비틀어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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③ 감각보다 숫자를 따지는 식습관은 ‘신체 감각의 단절’을 낳는다

헬시어레틱은 ‘배고픔’도 ‘포만감’도 숫자로 판단한다.

  • “이거 먹으면 총탄수 몇 g이지?”
  • “이 단백질은 몇 g이니까 하루 총량은 넘기지 않겠군”
  • “이건 GI지수가 높아서 혈당이 급상승하겠네”

그 결과, 우리는 점점 신체로부터 멀어진다.
배가 고파도 먹지 않고, 배부른데도 먹는다.
몸의 감각보다 계산기 앱이 더 중요해진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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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4] 건강 강박이 만들어내는 심리 구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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① ‘컨트롤 중독’

건강을 통제한다는 것은 곧,
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제공한다.

불안한 세상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식단과 운동 루틴일지 모른다.
그런데 이게 통제에서 벗어나는 순간, 자기 정체성도 붕괴한다.
"오늘 밀가루 먹었어… 나 끝장이야"
"이틀 쉬었는데 근육 빠진 것 같아… 몸 다 무너졌어"

그것은 건강을 지킨다는 명목 아래,
자기 혐오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이 되곤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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② ‘건강 우월주의’

헬시어레틱은 종종 타인에게도 날을 세운다.
“그렇게 먹으니까 병 나는 거야”
“몸 보니까 딱 식단 안 지킨 사람 같아”
“그걸 먹고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어?”

건강은 윤리적 우위로 변하고,
몸은 계급이 된다.
이건 단순한 식단 문제가 아니다.
사람을 건강으로 평가하고 줄 세우는 문화로까지 확장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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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5] 우리는 왜 건강에 ‘이토록’ 집착하게 되었는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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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대인은 ‘건강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낀다’

과거의 건강은 ‘운’이었지만,
오늘날 건강은 ‘책임’이다.

아프면 “내가 관리를 못해서 그렇다”
체중이 늘면 “내가 나태해서 그렇다”

이런 사회에선 건강하지 않다는 건 ‘게으르고, 의지가 약하며, 못난 사람’이라는 낙인이다.
그래서 우리는 건강을 원한다기보다,
병들지 않을 자격을 증명하고 싶어서 건강을 소비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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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, 그것을 파는 시장은 너무 크다

헬시어레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.
헬시어레틱은 시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.

  • 매일 바뀌는 건강 뉴스
  • 끝없는 유튜브 영양제 광고
  • '클린푸드', '디톡스', '간헐적 단식'이라는 유행어
  • 제품의 포장지가 아니라, **‘불안을 진정시키는 약속’**으로 팔리는 시대

우리는 ‘병에 걸릴까 봐 두려운 사람’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 속에 살고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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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6] 진짜 건강은 무엇인가 – 회복력, 수용력, 유연성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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건강이란, ‘완벽한 수치’가 아니라 ‘무너졌다가 돌아올 수 있는 능력’이다

  • 피로해도 하루 자면 회복되는 것
  • 체중이 좀 늘어도 다시 돌아오는 것
  • 루틴이 망가져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여유

그게 진짜 건강이다.

진짜 건강한 사람은 자기 몸과 타인의 몸 모두에 관대하다

건강은 자기를 더 사랑하는 방식이어야지,
자기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.

당신이 오늘 먹은 음식,
그게 잘못된 게 아니라면,
그걸 두려워하는 마음이 당신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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